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을 고르는 법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2025. 3. 22. 13:19

     

     

    책을 잘 읽지 않는 친구들에게서 책 추천을 해달라고 받으면 좀 막막해진다.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얼마나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지도 모르고, 근데 이 기회에 정말 즐거운 경험을 주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영영 책을 보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주제넘게 느끼기 때문이다. 

    무엇을 읽을지 모르겠다는 질문은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죽을 때까지 다 못 보겠구나 하게 nnnn권의 읽어야지 목록으로 쌓아놓은 인간에게는 낯선 얘기이지만 뭘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그럼 어디서 시작하는 게 좋을까? 같이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보통 책을 고르는 방식


    1. 그냥 책 정보
    제목, 표지를 보고 마음에 들면 그냥 훑어본다. 책 뒷면에 나온 설명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출판사 제공 설명을 읽어본다. 기본이지만 가끔 생각한다. 이게 전부이지 않나? 


    2. 책에서 등장한 책

    재밌게 읽고 있는 책에서 인용하는 다른 책을 읽는다. 책에서 책으로 건너가다 보면 관련 주제에 대해서 맥락 있게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해하기도 편하고 점차 읽는 속도도 붙는 데다가 관심 있는 작가의 관심사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  

     

    3. 과거의 경험
    좋아하는 작가, 번역가, 출판사의 경우 팔로하고 신간 알림을 받아본다. 최근엔 출판사마다 뉴스레터를 많이 발송하기 때문에 이것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편이다. (마티의 각주, 문학동네의 우시사, 오월의봄의 오!레터, 반비의 책타래, 휴머니스트의 흄세레터 등등)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이 내 취향에 맞을 리는 없지만 지난번에 읽어서 좋았던 사람의 글이 좋을 확률은 약간이라도 높다.

    번역가는 어느 순간 이 번역가 책이 책장에 엄청 많네 하고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경력이 긴 번역가는 먼저 책 번역을 제안하고 국내에 책을 소개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작가처럼 번역가의 취향과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재밌는 책을 건지는 일이 종종 있다. 

     

    4. 추천
    팟캐스트, 유튜브, sns.

    위에서 말한 방법이 그랬듯 이 방법도 놀랍게도 ! 마찬가지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사람의 책의 취향과 나의 책의 취향이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완벽히 나와 딱 맞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꼭 맞는 이야기만 읽을 이유도 없다. 안 읽어본 분야의 책이 궁금하다. 혹은 요즘 다른 사람들이 뭘 읽는지 궁금하다 할 때는 분명 도움이 된다.

    추천사의 경우 시기에 따라 몇몇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쏠린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띠지의 문구 속 자주 만나는 인물이 있다면 영 무시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판사에게도 비용이고, 그 인물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거는 일이므로... 
    알라딘의 경우 <지금 이 상품을 클릭한 분들이 다음 상품도 클릭하고 있습니다>보다는 <이 상품을 구입하신 분들이 다음 상품도 구입하셨습니다>의 확률이 더 높더라.

     

     

    그렇다면

    처음이라면 어떻게 책을 고를 것인가

    (아니더라도 독서실태 조사에 따른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 전후라면)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두 가지 같다. 

    첫 시도에 재미없다고 도전을 그만두지 않는다. 

    완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이 마음가짐을 가지고 

     

    1. 재미가 1번
    본인의 관심사에서 시작하기. 똑똑해 보이고 싶다거나 나이 먹고 이 정도 교오양은... 하는 마음은 분명 독서를 이어나가게 하는 동력 중 일부가 분명히 되지만 그것만으로 책을 읽을 순 없다. 나는 책 읽는 게 재밌어서 읽고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재밌는 걸 읽는다. 

    서울대 선정, bbc 선정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이런 데서부터 찾지 말고 인식을 바꾸면 된다. 

    만화책도 책이고, 웹소설도 책이다. 이건 이미 읽는다면 책 읽는 사람이다. 웹소설의 키워드를 검색하듯 다른 책도 시작하면 된다. 

    검색창에 관심 주제를 친다. 예를 들면, 축구. 그러면 생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의 에세이, 축구를 잘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서, 축구선수가 꿈인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축구선수의 전기, 축구 리그의 역사책, 축구 시장을 분석한 경제서 등 다양한 책이 뜬다. 이런 것 중 가장 끌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 굳이 권위 있는, 인정받은 책을 읽고 싶다면 세종도서에 선정된 책의 리스트를 추천한다. 해마다 연구자, 교사, 평론가, 사서 등등 관련 전문가들이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2. 얇고 쉬운 것부터

    일을 작게 쪼개는 거랑 비슷하게 난이도를 낮추고 금방 완독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좋다. 자연스럽게 다음 책 읽기로 이어지더라. 


    3. 좋아하는 사람 것 따라 읽기

    아이돌의 추천으로 최근 독립서적 하나가 붐 되는 걸 봤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말하는 걸 이해하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따라 읽은 시기가 있다. 읽는 책이 그 사람을 규정하지는 않지만 내가 궁금한 사람이 읽는 책을 따라 읽으면 다가가거나 연결된다는 (멋대로 일방적인ㅎㅎ) 연결감이 든다. 시도해 보세요. 

     

    4. 독립 서점 큐레이션 / 도서관 큐레이션
    큰 대형서점에 가면 너무 사람도 많고 책도 많아서 질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럴 때야말로 동네 독립서점을 갈 때. 보통 작은 공간에서 책을 잘 보여주고 판매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서점 주인과 직원의 취향과 코멘트를 달아둔 경우가 많다. 좋은 길라잡이다. 그런 경우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지요. 
    사서는 도서관의 이용을 늘리고 책 읽기에 도움이 되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이 달에 많이 대출한 책, 사서의 추천 도서, 매 달 다른 주제 선정 도서 등등 방문해서 훑어볼 목록들을 제공한다. 또 작가와의 북토크, 낭독회, 강연 같은 행사도 도서관에서 열리고 독서모임을 주최하는 도서관도 있다. 책뿐만 아니라 책 관련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 

    책 샀는데 재미없으면 돈 아까워서 어떻게 해 < 그런 당신 도서관에 가세요. 

    공짜로 무한한 시도를 제공합니다. 

     

    5. 영화화, 드라마화될 예정이거나 된 것들

    훨씬 자본의 규모가 크게 필요한 영상화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책이 재밌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나 캐릭터가 선명한 책

    소재나 설정이 신선한 책

    작품의 전개 속도가 빠른 책

    이런 페이지터너 (페이지가 말 그대로 잘 넘어가는 책)가 확률적으로 많다고 느낀다. 물론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 추천.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여겨지는 추천을 끝에 둔 이유가 있다. 

    이 추천에서 '배신'을 느끼면 단번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다 바이럴이고 상술이라고 화내기도 쉽다. (책도 상품이라 광고와 홍보와 바이럴이 있다!) 근데 뭐든 책이 아니라 영화나 음악이든, 소개팅해서 만나는 사람이든, 단번에 완전 잘 맞는 걸 찾기는 힘들다. 그리고 내 기준이 없으면 남의 이야기가 나에게도 쓸모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하루에도 100권이 넘게 나온다. 당연히 출판사도 열심히 홍보한다. 근데 책을 읽는 사람은 소수다. 자연히 책 읽는 사람들은 같이 책 이야기할 사람에 목말라 있다. 이 물결 속에서 나와 맞는 책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믿을 만한 추천은 찾기 어렵다. 

     

    그러니 다시 당부합니다. 

    첫 시도에 재미없다고 도전을 그만두지 않는다. 

    완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아니네? 덮으세요. 이 사람 추천이 별로네. 다른 추천을 볼까? 다른 거 한 번 봐볼까? 하시길. 그러다 보면 책을 보면 이거 내 취향이다. 읽지 않았는데도 알아맞출 수 있는 날이 온답니다? 

     

    농구 좋아하세요?처럼

    책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처럼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0) 2025.04.02
    책 이야기하는 사람들  (1) 2025.03.24
    72개의 책갈피 _ 유어마인드  (0) 2025.03.21
    책을 드는 다른 방법  (0) 2025.03.15
    책의 주변  (1) 2025.03.14
Designed by Tistory.